중장년 구직자들이 가장 많이 듣는 재취업 조언 중에 하나가 ‘인맥을 적극 활용하라!’입니다.
청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을 테니 이들에게 취업 부탁을 하라는 조언이지요.
하지만 과연 이 방법이 효과적일까요?
단순한 직무와 이직률이 높은 경우라면 이런 취업 부탁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습니다.
채용하는 기업 입장에서 손해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직률이 높아 어차피 사람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중장년 경력직 구직자의 경우에도 효과적일까요?
결론은 재취업 성공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선 구직자 자신도 아는 사람에게 취업 부탁하는 것을 꺼려합니다. 아는 사람을 이용하는 느낌도 들고 자존심도 허락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도 경력직 구직자를 아는 사람 추천으로만 뽑지 않습니다. 회사가 필요한 사람을 뽑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중장년 구직자들은 인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취업 부탁이 아니라 가치 제안을 해야 합니다. 즉, 회사에 구직자가 어떤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안을 하는 것이지요.
workspace
재취업 컨설팅에서 만난 김진철 상무(가명, 남자, 57세)가 있었습니다. 대기업에서 사료 사업 총괄을 하다가 57세에 퇴직을 했습니다.
구직활동 중에 공공기관에서 주최한 ‘중장년 재취업 성공 전략’ 특강에 참여를 했지요.
강사가 ‘중장년 재취업은 대부분 아는 사람을 통해 이루어진다. 그러니 인맥을 최대한 활용하라!’라는 점을 적극 강조했습니다.
김 상무가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예전에 회사에서 같이 근무했던 선배가 회사를 나가 사료 사업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선배에게 전화를 걸어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고 했고 며칠 뒤에 만났습니다.
과거 회사 생활 이야기, 건강 이야기, 자녀들 이야기 등을 하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정작 ‘선배님, 혹시 회사에 제 자리 하나 있을까요?’라는 말은 차마 입 밖에 꺼내지 못하고 헤어졌지요.
이 상황에서 저와 만나 재취업 컨설팅을 시작했습니다. 첫 미팅에서 제가 김 상무에게 물었습니다.
"김 상무님, 선배 회사가 상무님을 왜 뽑아야 할까요?”
김 상무는 머뭇거리며 바로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질문을 받아 본적이 없기 때문이지요.
“상무님, 이전 회사에 근무하실 때 회사가 상무님께 무엇을 요구 하던가요?”
“당연히 내가 담당한 사업부를 책임지는 거죠. 즉, 매출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재취업에 성공하고자 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즉 기업이 지금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지요. 그리고 난 후 내가 무엇을 해 줄 수 있는지를 정리해야 합니다. 결국 취업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과 내가 줄 수 있는 것이 서로 맞아 떨어질 때 성공하는 것입니다.”
제가 이어서 질문을 했습니다.
“선배 회사에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 줄 수 있으세요?”
“퇴직한지 얼마 않아서 아직 현장에 비즈니스 인맥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이 인맥들을 활용해서 선배 회사의 매출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또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요?”
“지난번 만남에서 선배가 회사 직원들이 일머리가 부족해 고민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만약 입사를 한다면 직원들에게 일하는 방법까지 가르쳐 가면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좋습니다. 선배에게 전화해서 미팅 약속을 잡으시지요. 만나셔서 딱2가지, 즉 매출 기여 방법과 직원들 가르치기만 말씀드려 보시지요.”
그 후 선배와의 만남을 가졌고 준비한 2가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선배의 반응이 의외였습니다.
“야, 그런 이야기라면 진작 하지!”
선배와의 2번째 만남 이후 2주일 후부터 김 상무는 선배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연봉도 물론 만족스러운 수준이었습니다.
김 상무 사례에는 특이한 점들이 있습니다. 선배 회사는 원래 채용 계획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선배가 김 상무 제안을 듣고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즉 구직자가 일자리를 만들어 취업에 성공한 사례입니다. 또한 이력서 및 자기소개서도 작성하지 않았습니다.
workspace
중장년 구직자들이 김 상무 사례에서 인맥 활용 관련 2가지를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것을 구직자가 제공할 수 있을 때 취업에 성공합니다.
아무리 아는 사람이라고 해도 그냥 구직자를 뽑지 않습니다.
인맥은 이 제안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보다 쉽게 만들 수 있는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
둘째, 기여 가치를 구체적으로 할수록 성공 확률이 높아집니다.
김 상무는 저와 대화에서 매출 증대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했습니다.
비즈니스 인맥은 지역별로 몇 명이고, 또 어떤 영업 방법들을 활용할 것인지, 매출 목표를 얼마로 설정할지 등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정리했습니다.
아는 사람에게 취업 부탁은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부담입니다.
취업 부탁이 아니라 기여 가치 제안을 구체적으로 하면 서로 부담이 없습니다. 또한 취업 성공으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필진 : 간호재 대표컨설턴트